나그네처럼 살다

나그네처럼 살다

“주인 양반을 모셔 오너라!”

조선 후기의 시인 김삿갓이 방랑 중에 해가 지고 날이 어둡게 되자 쉴만한 곳을 찾다 한 집 앞에 섰다.

그 집은 대궐처럼 커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 더 이상 길을 찾을 수 없으니 하룻밤 쉬었다 가야겠다.

어서, 주인을 모셔오너라.”

하인은 김삿갓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행식을 보니 오갈 데 없는 거지같구나. 저리 물러나지 못할까!”

김삿갓이 의아한 표정으로 하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가 얼마나 대단한 곳이더냐?”

하인이 답했다.

“이 곳은 16대째 살아오고 있는 뼈대 깊은 가문이다! 감히 네 놈이 여기서 쉬었다 가려고 하느냐? 성한 몸으로 돌아갈 생각이면 어서 물러나라!”

이에 김삿갓이 말했다.

“16대가 이 집에 다 살고 계시느냐?”

하인이 소리쳤다.

“제 정신이 아니구나! 조상들은 모두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이 집 주인도 언젠가는 갈 것이아닌가?

따지고 보면 그도 나그네며 나도 나그네이지 않은가.

나그네게 나그네 집에서 하루 쉬어가는 것이 무슨 큰 일이라고 이리 요란을 떠느냐?

그러니 주인을 모셔 오너라.

나그네가 나그네 집에서 하루 쉬어가는 것이 무슨 큰일이라고 이리 요란을 떠느냐?

그러니 주인을 모셔 오너라.“

순간, 하인 뒹서 주인이 나타나며 말했다.

“그대가 옳소. 무례를 용서하시게나. 오늘밤 내 말 벗이 되어주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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