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세수

        _이선영

어제의 나를 깨끗이 씻어 낸다.

오늘의 얼굴에 묻은 어제의 눈곱 어제의 잠

어젯밤 어둠 어젯밤 이부자리 속의

어지러웠던 꿈 어제가 혈기를 거둬 간

 

얼굴의 창백함을

힘 있지는 않지만 느리지는 않은 내 손길로 문질러 버린다.

늘 같아 보이지만 늘 새것인 물이 얼굴에 흠뻑!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오늘엔 오늘 아침 갓 씻어 낸 물방울 숭숭 맺힌 나의 얼굴이 있고

그러나 왠지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지 않은가,

에제는 잔주름만 남겨 놓았고

오늘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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