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귀전록에 강숙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강숙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명사수였다.

당대에 활쏘기로는 그를 이길 사람이 없었고 그도 그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하루는 그가 활을 쏘고 있는데 기름장수 노인이 지나가면서 그의활솜씨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화살이 과녁 중앙에 정확하게 꽃히는 것을 보면서도 기름장수 노인은고개만 끄덕일 뿐

그다지 놀라거나 감탄하는 눈치가 없었다.

의아하게 생각한 강숙이 그에게 "내 솜씨가 어떠하오?" 하고 물었다.

뜻밖에도 노인은 "별 것 아니군요. 그저 활에 익숙한 정도의 솜씨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화가 난 강숙은 "그대는 어찌 내 활솜씨를 얕보는 것이오?"라고 물었는데,

노인은 "내 기름 따르는 기술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호리병을 꺼내어 바닥에 놓고는 병의 입구를 엽전으로 막는 것이었다.

곧 기름통을 열고 국자로 기름을 떠서 호리병에 붓는데

기름이 엽전 구멍을 통해서 호리병으로 들어가면서도 엽전에는 한 방울도 뭊지 않는 것이었다.

그가 말했다. "이 기술도 별것 아닙니다. 한평생 기름장사를 하다 보니 손에 익숙해진 것뿐이지요.

당신의 활솜씨도 이와 같습니다. 평생 활을 쏘았다면 그 정도는 돼야 할 것이 아닙니까"

이 말을 들은 강숙은 크게 반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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